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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파일받을때, 파일 받으면서 잘때, 워드작업할때 이 프로젝트프로그램을 켜면 여러분은 세계 유수의 연구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참여 네티즌’ 슈퍼컴퓨터 부럽잖네
[한겨레 2005-02-01 17:51]

[한겨레]

‘분산 컴퓨터 연산’ 활용한 인터넷 과학연구 활발 ‘나도 세계인의 과학 연구에 참여하는 과학 네티즌!’ 컴퓨터와 인터넷이 지구촌의 주요 통신수단이 되면서, 세계에 흩어진 개인 컴퓨터들을 과학 연구에 활용하려는 인터넷 과학 프로젝트들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또 이런 과학 프로젝트들이 단순한 네티즌 참여행사가 아니라 실제로 뛰어난 연구성과를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과학문화를 일구고 있다.

‘분산 컴퓨터 연산’을 활용하는 이런 프로젝트들은 연구자 중심집단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면, 컴퓨터가 대규모의 병렬 연산이 필요한 과학 프로젝트의 과제를 그때그때 할당받아 계산해 관리서버에 자동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참여 규모에 따라 그 능력은 슈퍼컴퓨터에 맞먹는 정도다.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는 최근 세계 9만5천명의 네티즌이 참여해 이룬 기후 온난화 예측모델의 분석 논문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네이처>는 이를 ‘세계 최대의 기후 온난화 연구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기후예측 컴퓨터모델연구팀(climateprediction.net)은 세계 150개 나라 9만5천명의 개인 컴퓨터 사용자들한테 영국 기상청이 만든 기후 모델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배포해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방대한 결과물을 모아왔다. 각 개인 컴퓨터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배가 되면 지구 기후는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9만5천명의 컴퓨터가 보내온 연산결과를 모두 분석해, 지구 온난화는 예상보다 심각해 온실가스 방출량이 줄지 않는다면 21세기 중반에는 지구 기온이 섭씨 최저 1.9도에서 최고 11.5도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2003년부터 모두 8천년 분의 컴퓨터 연산시간이 동원돼 총연장 400만년의 시간이 계산됐다.

서버 연결된 수만대 피시 과제 내려받아 연산
‘기후 온난화 예측 모델’ 등 실제 성과 이어져
기상청 기후연구실 권원태 실장은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데엔 구름·바다·사막·숲 등 수많은 불확실한 변수들을 최대로 고려해 수많은 경우들을 다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수만대의 개인 컴퓨터들이 각 경우를 일일이 계산하는 프로젝트는 의미가 크다”며 “예측 모델 소프트웨어만 제대로 만든다면 슈퍼컴퓨터 없이도 네티즌의 도움으로 큰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세계 네티즌의 컴퓨터 자원을 활용하는 과학 프로젝트는 지난 1997년 미국의 외계지능탐사(SETI) 프로젝트인 ‘세티 앳 홈’(setiathome.ssl.berkeley.edu)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 연구팀은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대한 양의 전파 신호들을 포착해 그 신호를 일정 작업분량으로 쪼갠 뒤에 이를 세계의 자원봉사 네티즌들한테 배분해 그 분석 결과를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외계 신호의 존재를 탐색하고 있다.

이를 본뜬 여러 과학 프로젝트들이 출현해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있다.

단백질 구조 연구 프로젝트인 ‘폴딩 앳 홈’(folding.stanford.edu)도 실제의 연구성과를 잇달아 내는 성공사례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은 아미노산들의 연쇄사슬인 단백질이 이리저리 접히면서 자신만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 접힘 과정’을 분석하는 시뮬레이션을 2000년부터 인터넷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10만여명의 네티즌 자원봉사자들이 참여 중이다.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이상한 3차원 구조를 이루면 알츠하이머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단백질 접힘 과정을 분석하는 것은 현대 분자생물학의 중요한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 수백만분의 1초의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복잡한 단백질 접힘 과정을 이해하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산하는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 수만~수십만명의 세계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과학 연구를 진행하는 인터넷 프로젝트들이 부쩍 늘고 있다. 네티즌의 컴퓨터 하나하나는 성능이 낮지만 수만대의 ‘개미군단’을 이루면 초고속의 ‘거인’ 슈퍼컴퓨터에 맞먹는 성능을 발휘해, 기후 변화 예측이나 외계신호 탐색, 3차원 단백질 구조 분석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첨단 과학의 연구작업을 척척 대신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최근 암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피53’(p53)의 단백질 접힘 과정에 관한 연구결과를 저명 과학저널 <분자생물학 저널>(JMB)에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엔 한국 과학자들도 공동 연구자로 참여 중이다.

최근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0돌을 기념하는 ‘2005 세계 물리의 해’를 맞아, 우주 중력파 검출기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들을 세계 네티즌 컴퓨터들에 나눠주고 분석하는 중력파 연구 인터넷 프로젝트인 ‘아인슈타인 앳 홈’(einstein.phys.uwm.edu)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유전자의 진화 과정 연구나 가상로봇의 시뮬레이션 등도 인터넷을 이용한 과학 연구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초고속연구망사업실 박학수 박사는 “수만대의 컴퓨터는 수만건의 단순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정해진 순서대로 연산을 하는 초고속 슈퍼컴퓨터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면도 지닌다”며 “방대한 단순 작업을 반복해 연산하는 과학 연구들이 이런 인터넷 프로젝트를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코리아 앳 홈’ 사업에 1만여대 참여중 신약 후보물질 탐색 수행등…회원 10만명까지 모집 계획 국내에서도 네티즌이 참여하는 인터넷의 과학 프로젝트 ‘코리아 앳 홈’(koreaathome.org) 사업이 올해 본격화한다. 지난 2003년 시작된 이 사업에는 현재 3600여명의 개인 회원이 참여해 1만여대의 컴퓨터가 활용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관계자는 1일 “시스템이 안정화하는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화해 회원을 10만명까지 모집할 계획”이라며 “이 정도 규모라면 웬만한 슈퍼컴퓨터를 맞먹는 연구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앳 홈에는 31일 현재까지 개인 컴퓨터 1만여대의 참여로 무려 801만개의 단위 작업을 수행했으며, 이는 최대 3.23테라플롭스(1테라플롭스는 1초당 1조번의 연산 능력)에 맞먹는 성능과 총 130만 컴퓨터 연산 시간을 얻어냈다. 지금은 당뇨·관절염 등 10가지 질병 단백질의 3차원 구조에 들어맞아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대한 신약 후보 물질들을 탐색하는 작업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50·100년 뒤의 한반도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모의실험(시뮬레이션)도 서울대·기상청과 함께 벌일 예정이다.

연구원의 초고속연구망사업실 박학수 박사는 “사무실과 집에서 쓰는 컴퓨터의 대부분은 최대 능력치 대비 90% 정도를 놀리고 있는 상태”라며 “0.5%만 참여해도 세계 10위권의 슈퍼컴퓨터급 성능인 10테라플롭스의 파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앳 홈 홈페이지에서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개인 컴퓨터에 설치하면 사용자가 컴퓨터를 켜놓은 채 쓰지 않는 동안이나 작업량이 많지 않을 때, 컴퓨터가 관리서버한테서 연산 과제를 할당받아 작업한 뒤에 그 계산 결과를 다시 전송하게 된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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