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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가 닥쳐 전세계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쳤다. 피해지에서는 시체와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이 광경를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상태라고 신문에서 표현한다. 이 아비규환(阿鼻叫喚)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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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阿鼻叫喚)

'아비규환: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아울러 이르는 말에서) 참혹한 고통 가운데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상태를 이르는 말.' 국어 사전의 뜻풀이이다. 대형 화재가 발생하거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던가 할 때, 신문에서 아비규환이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국어 사전의 뜻풀이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는 정확하다. 그러나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상태'라는 풀이에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에 규환을 울부짖는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인데, 사실은 규환도 아비와 마찬가지로 지옥의 하나이다. 따라서, 아비규환의 정확한 의미는 '아비지옥 및 규환지옥에서 겪는 고통' 또는 그런 지옥같은 고통 정도가 될 것이다.

아비는 범어의 avici를 음역한 것인데, avici는 끊임없음을 뜻한다. 때문에 아비지옥은 무간지옥(無間地獄) 그러니까 끊임없이 고통을 겪게 되는 지옥이 된다. 이러한 아비지옥 또는 무간지옥은 아버지를 죽인 죄, 어머니를 죽인 죄, 수행자를 죽인 죄, 부처의 신체를 손상시킨 죄, 교단의 불화를 조장하는 죄, 이상 오역(五逆)의 중죄를 범한 사람이 떨어지는 가장 고통스런 지옥이다.

avici는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에서도 무시무시한 지옥이다. 힌두교에서는 위증을 한 사람, 거짓 맹서를 한 사람, 이름을 사칭한 사람이 떨어지는 지옥인데, avici에는 엄청난 높이의 거친 파도가 한 순간도 멈춤없이 일어나고 있어, 그곳에 떨어지면 몸이 가루가 되어 버린다고 한다. 더구나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높은 산에서 avici로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것도 단 한 번이면 좋으련만(?), 다시 살아나 몸이 가루가 되는 고통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된다고 한다.

한편 규환지옥에서 규환은 범어의 Raurava를 한문으로 옮긴 것이다. Raurava는 울부짖는 소리, 즉 rava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지옥에 떨어진 사람은 고통에 못이겨 계속 울부짖는다고 한다. 사람을 죽인 죄, 도둑질을 한 죄, 온당치 못한 성행위에 탐닉하는 죄, 술주정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 이 지옥에 떨어진다. 펄펄 끓는 물이 가득한 큰 가마솥에 던져지고 그것도 모자라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던져진다.

힌두교에서는 Raurava가 생물을 학대한 사람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살아 있을 때 자신이 학대한 사람 또는 생물들이 ruru라는 무서운 뱀 모습으로 나타나 괴롭히는 지옥이다. 이 경우에는 ruru가 있는 지옥이라는 뜻에서 Raurava를 루우라바로 부르며, 앞서 언급한 라우라바는 불교도들의 해석이다.

이 코너에서 이미 팔열지옥과 팔한지옥에 대한 설명을 접해 본 분들이라면, 아비규환의 참상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죄를 저지르고 그에 따라 아비규환에 떨어져 고통을 겪는다면 또 모를까,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이 아비규환의 고통을 겪는 일이 우리 나라에서는 너무도 자주 일어난다.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씨랜드 화재 사고, 인천 호프집 화재 사고..... . 그런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과연 마음 속 깊이 '참회'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목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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