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서 퍼왔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경험을 통해본 전문독자의 독서습관

명희복(myunghb) 기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인으로 세계적인 독서가다. 오랜 기자경력도 겸비하고 있다. 전문기자이면서 전문독자인 셈이다. 쓰기 위해서 읽는 것은 자신의 고유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읽고 쓰는 것을 동시에 잘 하기는 여간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 그는 프로 곧 전문가임이 분명하다.

전문독자로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습관은 과연 어떨까? 무척 궁금해질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에서 바로 독자가 저자에게 갖는 호기심을 해소시켜줄 것이다. 표제자체가 독자의 의문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해답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자신의 독서경험을 서술한 내용이라는 것이 쉽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본서는 겉보기에도 적은 분량이라 친숙하게 느껴진다. 구성도 복잡하지 않다. 누구나 목차를 한번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만한 내용인 것이다.

나의 지적 호기심/나의 독서론/나의 서재 작업실론/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우주 인류 책/ 역자후기/다치바나 다카시 등의 순으로 짜여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나의 독서론/나의 서재 작업실론 등 두 개의 장이다.

나의 독서론은 저자자신이 전문기자이자 전문독자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이다. 저자는 때로 하나의 기사를 작성하느라 책장 두 칸 정도의 분량을 읽곤 한다는 사실에서 그의 프로정신을 읽을 수 있다. 완벽성을 추구하는 기자로서의 당찬 기질을 보여주는 일례다.

저자는 책을 사는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철저한 인물이기도 하다. 기사를 쓰기 전에 서점가를 둘러보기도 하였는데 저자의 책 선별법은 독특하다. 저자는 책을 세 종류로 구별해서 산다. 읽고싶은 책/재미있는 책/꼭 읽어야 할 책 등이다. 인상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한 권의 책에서 세 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아니다'이다. 세 요소를 전부 포함하는 것이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주 부실한 책이 되고 말 것이다. 꼭 읽어야 할 책은 거의 의무감에서 읽어야 하기에 독자에게 희망과 흥미를 동시에 가져다주기에는 어려운 것이다.

자신에게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게 효율적이다. 자신의 업무를 말끔하고 전문성 있게 처리하고 싶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읽는 게 낫다. 내용이 딱딱하거나 너무 진지해서 답답하다고 느끼면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게 좋다. 이들 세 종류의 책읽기를 잘 활용하면 평생 신바람 나는 독서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서재 작업실론에서는 소박하면서도 실용주의자적인 저자의 일면을 살필 수 있다. 독서환경을 저자자신이 체험한 그대로 드러내어 다수가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사과상자로써 책장 및 방을 둘로 나누는 벽으로 활용한 점이다.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외도 저자의 전문독서가다운 면모는 많지만 세 가지만 더 제시하고 싶다.

첫째는 서점에 빚을 감수하면서도 책을 사들일 수 있는 책에 대한 애착이다. 둘째는 무슨 책이든 사면 자신의 손으로 한번씩이라도 넘겨보고 책장에 꽂는다는 점이다. 셋째는 자신이 읽을 책을 반드시 정리해 둔다는 점이다. 비서를 고용해서라도 철해둠으로써 다음 글을 쓸 때 충분한 독서자료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오래도록 독자의 기억에 남을 독서관련서 한 권을 써보고 싶은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는 훌륭한 길잡이 곧 안내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청어람미디어, 2001. 1만 2천원. 306면.
2003/07/28 오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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