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5-04-22자 기사입니다. 시험끝나고 나서 빨리 사봐야겠습니다.

사색기행―훌쩍 떠나고 싶은 욕망의 정체는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그 유명한 ‘해변의 묘지’의 마지막 구절이다. 인터넷 여행 사이트에서 이 구절이 “바람이 분다,떠나야겠다”로 변주되곤 하는 것은 호모 노마드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떠나야겠다’는 ‘살아야겠다’와 같은 의미로 읽힌다. 인간은 평생 동안 수많은 여행을 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자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며 살아간다.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 욕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1974년 다나카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준 일본의 대표적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65)는 “낯선 곳이 주는 자극과 도전”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실제 체험이 우선입니다. 이것은 뭘까,하는 놀라움이 먼저고,그것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에 책을 읽고 사고하는 것입니다. 이는 외국 문화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대학 1학년이던 열아홉 살 때 친구 한 명과 함께 왕복 비행기 표만 가지고 유럽으로 떠나 반 년 동안 무전여행을 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지구를 네 바퀴나 돌고 돈 발품으로 글을 썼다. 그의 발자국은 문명과 사회에서 고립된 무인도,최고급 와인의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카브(지하의 와인 저장고),자살 폭탄 테러의 현장인 팔레스타인,에이즈가 휩쓴 1987년의 뉴욕,그리고 8세기의 종교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아토스 반도의 그리스정교 예배당에 까지 찍혀 있다.

“엑상프로방스의 뜰에서 손닿는 대로 체리를 따서 입안으로 던져 넣을 때,그 뒤 40년 가까이나 그렇게 맛있는 체리는 먹어 볼 수 없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아마 나는 그렇게 느긋하게 맛을 즐길 수는 없었겠지요. 스무 살 전후라는 것은,이런저런 어려움을 생각하기 전에 일단은 뭐든지 다 입안에 던져 넣고 먹어 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여행 가운데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식도락 여행이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여행의 패턴화는 곧 여행의 자살”라는 대목에 방점을 찍는다(청어람미디어·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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