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겨레신문기사에서 퍼왔습니다.
[북한과학의어제와오늘]
북한은 1990년대 말부터 정보화를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고 상당한 인력과 경비를 투입하고 있다.
“21세기가 기계산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정보산업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인민경제의 현대화와 정보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최고 지도자들의 해외산업 시찰과 대외 과학기술 협력에서도 이 분야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의 대북한 과학기술 협력과제도 상당수가 정보기술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
초기의 북한 정보기술은 기계공업과 강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북한이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면서 생산재의 생산, 즉 기계제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택했고, 이 안에서 자동화 관련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남한의 정보기술이 소비자 지향적인 가전산업을 토대로 발전한 것과 달리, 북한은 처음부터 국가적 목표에 따라 자동화를 지향한 것이다.
이런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88년에서 94년까지 2차에 걸쳐 추진된 ‘과학기술 발전 3개년 계획’과 90년대 초에 수립된 ‘2000년까지의 과학기술 장기 발전계획’이었다. 이 계획들에 따라 컴퓨터와 프로그램산업이 적극 육성되면서 정보기술이 기계공업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과 발전 경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전자자동화공업위원회와 과학원 전자자동화분원이 설립되고, 컴퓨터프로그램 개발 지도기관인 조선컴퓨터센터가 출범한 것도 이 시기였다.
그러나 이 계획들은 대외무역 침체와 계속된 자연재해, 이로 인한 고난의 행군 등으로 그 시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특히 큰 노력을 기울였던 반도체와 소자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하드웨어 기반 구축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오늘날 북한의 정보기술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90년에 설립된 조선컴퓨터센터가 2003년 제3산업총국으로 승격해 내각 직속기관이 된 것도 어려운 시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성과를 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단, 이 안에서도 생산현장과의 강한 유대는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공장 자동화를 위한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강화하고 있고, 하드웨어에서도 자동화 관련 소자들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2004년 신년사에서도 ‘경제과학’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과학기술을 통한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강력한 지도체제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최종 소비자 지향적인 남한의 정보산업과 생산재 지향적인 북한 정보산업이 어떻게 서로 협력할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북한을 찾아가는 것이라면 역시 기계공업 등의 생산재 생산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과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공업은 이중용도 제품 반출 제한과 관련해 국제적 제약이 상당히 많은 분야이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남북이 연합해서 하루빨리 이런 제약들을 풀었으면 좋겠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cglee@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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