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중 교보문고에서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를 검색해 보니 "사색기행"이라는 책이 이번에 새로 나왔다고 하네요. 4월 11일날 출간하였다고 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한 번 사봐야겠습니다.
고등학교때 저에게 큰 영향을 끼친,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저서라 꼭 일고 싶네요.
빨리 시험아 끝나라~
교보문고에 있는 "사색시행"책 서평입니다.
이 책은?
다치바나를 다치바나로 만든 여행들에 관한 기록을 담은 책. <사색기행>은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만들어 온 여행들에 대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저자는 인생의 고비마다 여행을 통해 의식의 전환을 이루었음을 고백하며, 지성의 거장이 아닌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여행은 다양한 시공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무인도에서 뉴욕까지, 최고급 와인의 산지에서 테러의 현장까지, 에이즈가 휩쓴 황량한 풍경에서 종교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예배당까지, 세계의 곳곳을 여행한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공을 초월한 그의 지적 호기심을 통해 현대 문명의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 있는 "사색시행" 출판사의 서평입니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런저런 수많은 여행을 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자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며 살아간다. 사실 우리는 늘 떠나고 싶어 한다.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훌쩍.
편안하고 익숙한 일상의 보금자리에서 낯선 곳을 향해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이 욕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랜 옛날, 정글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았던 원숭이를 어느 날 갑자기 낯설고 위험하며 먹을 것 찾기도 힘든 사바나로 나서게 만든 바로 그 욕망,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원숭이를 인간으로 진화하게 만든 그 근원적 욕망이 어쩌면 우리 핏속에 남아 ‘여기 아닌 어딘가’를 향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21~22쪽).
낯선 곳이 주는 자극과 도전이 원숭이를 인간으로 진화하게 만든 것처럼, 우리의 의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낯선 곳이 주는 자극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의 노력이 우리의 심신을 변화시킨다.
다시 말해,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다. 반복되면서 패턴이 되어 버린 일상을 벗어났을 때 이루어지는 발견. 전혀 새로운 것 앞에서 변화하는 나 자신, 그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일상에서 반복되는 익숙한 체험들 속에서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지성도, 감성도 잠들어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상을 탈피한 여행, 그 과정에서 얻는 모든 자극은 우리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뿐 아니라 지적ㆍ정서적 변화를 일으킨다. 사람은 바로 이런 변화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존재인 것이다(31~32쪽).
다치바나를 다치바나로 만든 여행들에 관한 기록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원서와 번역서 공통)의 부제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는, 이 책이 ‘나를 만든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저자 자신의 대답임을 말해 주는 제목이 된다. 즉, 이 책 ?사색기행?은, 일본의 대표적 지성이자 ‘지知의 거장’으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신을 만들어 온 여행들에 대해 쓴 글을 모은 것이다. 다치바나를 다치바나로 만든 여행들에 관한 기록.
저자는 자신이 인생의 고비마다 여행을 통해 의식의 전환을 이루었음을 고백한다(63쪽). 우리는 그런 ‘전환’의 한 예를 그의 ‘1972년 여행’(서론, 제9장 ?팔레스타인 보고?)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1972년에 이스라엘 정부의 저널리스트 초청 여행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는 거기서 이스라엘 정부가 마련한 일정에 따라 견학을 할 때와, 혼자 현지에 남아 오랫동안 머물면서 둘러볼 때에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팔레스타인인의 시각으로 상황을 보기 시작하자, 재미있게도 같은 사안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었다. 처음 이스라엘에 갔을 때는 예루살렘의 구시가지(팔레스타인인 지역)에 들어가 아랍인들 속에 섞여들자 왠지 마음이 불편해지고 불안했다. 공포에 질린 정도는 아니더라도 두려운 감정이 스쳤다. 정부 초청 투어로 움직이는 동안에 어느새 의식이 이스라엘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는지, 팔레스타인인이 모두 외계인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인간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자 팔레스타인인은 불안이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친밀감을 느낄 만한 선량한 이웃으로 보였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후 예루살렘에 꽤 오래 머물 때, 나는 구시가지의 팔레스타인인이 경영하는 호텔에 묵었다. 숙소를 이스라엘인이 경영하는 호텔에서 팔레스타인인이 경영하는 호텔로 바꾼 뒤에는, 이상하게도 거리를 돌아다닐 때 총을 든 이스라엘 병사가 더 무섭게 보인다. 유럽인 관광객이 더 이상하고 수상쩍은 사람처럼 보인다.
얼마 뒤 1974년 여행 때 내가 의식적으로 이스라엘 주변국(레바논, 시리아, 이집트)을 돌아다닌 것도 바로 이때의 예루살렘 체험에서 비롯되었다. 나의 육신을 이동시키면, 즉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시점視點을 바꾸면, 눈이 보는 것도 틀림없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40~41쪽)
이렇게 체험을 통해 시점이 달라지자 그는 오랜 기간에 걸쳐 팔레스타인과 중ㆍ근동을 여행하며 조사ㆍ취재하게 되었고, 마침내 ?팔레스타인 보고?(제9장)라는 한 편의 글로써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게 된다. 또한 2001년 9ㆍ11테러가 일어난 직후에는 ?자폭 테러 연구?(제12장)라는 글을 써서 미국의 ‘십자군 전쟁’에 반대하게 된다.
지금까지 해 온 여행을 다 합치면 지구를 네 바퀴 돌 정도가 되고 어느 정도 규모의 나라들 중에는 가 보지 못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저자의 여행 경험들 중에서도, 대학 1학년 때의 ‘유럽 반핵 무전여행’(제8장 ?유럽으로 반핵 무전여행을 떠나다?)이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것이었는지 모른다.
대학 1학년이던 19살 때 저자는 친구 한 명과 함께 왕복 비행기 표만 가지고 유럽으로 떠나서 반 년 동안 무전여행을 했다. 둘이서 원폭과 관련된 영화를 상영하며 현지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함께 핵무기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그 대신 거기 머무는 동안의 숙소와 식사, 다음 상영지로 이동하는 교통편 등은 모두 현지 시민단체의 신세를 지는 여행이었다. 저자는 이때 체험한 것들이 자신의 인식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전환시켰는지, 또 자신과 친구의 인생을 얼마나 바꿔 놓았는지 말한다.
“내가 전혀 모르는 거대한 문화체계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열아홉, 스무 살의 애송이가 안다고 자신하던 세계라는 것이 실은 쪼그만 부분에 지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이 세계는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모든 의미에서 넓고 크고 깊은 것 같다. 그때 그런 인식을 얻은 것은 아주 의미가 컸다고 봅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여행을 하던 시절의 나는, 한 마디로, 어른이 되었다고 믿는 소년이었습니다. 세계에 대하여, 인간에 대하여, 자기 자신에 대하여 모든 것을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또 그것대로 좋았다고 봅니다. 의기양양한 얼굴이라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착각하고 애써 발돋움을 하는 그 과정에서 정말로 어른이 되어 가는 겁니다. 무지하고 오만하고 불손하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젊음의 특권이라는 겁니다. 사물을 알 만큼 알아 버리고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행동을 하지 못해요. 적당한 선에서 스스로 다 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젊은이는 겁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망설임 없고 겁 없는 행동의 시절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그 시절을 부끄러워하는 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더 나중에 돌아봐서, 자기가 이미 그렇게 겁 없이 행동할 수는 없게 되었음을 깨달을 때, 비로소 그렇게 행동할 수 있던 날들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알게 될 거라고 봅니다.
엑상프로방스의 뜰에서 손닿는 대로 체리를 따서 입안으로 던져 넣을 때, 그 뒤 40년 가까이나 그렇게 맛있는 체리는 먹어 볼 수 없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아마 나는 그렇게 느긋하게 맛을 즐길 수는 없었겠지요. 스무 살 전후라는 것은, 이런저런 어려움을 생각하기 전에 일단은 뭐든지 다 입안에 던져 넣고 먹어 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305~308쪽)
인간 문명의 현재에 대한 다양한 통찰과 보고
“나는 이 글들을 상당히 즐기면서 정리했는데, 독자 여러분도 즐겁게 읽는다면 다행이겠다. 이 책은 질과 양을 두루 즐기는 데 충분할 만큼, 다양한 재료를 꾹꾹 채워 넣은 마쿠노우치 도시락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마쿠노우치 도시락을 먹을 때처럼, 남기지 않고 드셔도 물론 좋지만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 드셔도 좋다).”(85쪽)
이 책은 저자의 다양한 여행 체험과 거기서 얻은 통찰을 담고 있다.
저자의 여행 체험은 참으로 다양한 시공간에 걸쳐 있다. 문명과 사회에서 고립된 무인도를 시작으로 하여 현대 도시문명의 첨단이라 할 뉴욕 맨해튼까지, 최고급 와인의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카브(지하의 와인 저장고)에서 자살 폭탄 테러의 현장인 팔레스타인까지, 에이즈가 휩쓴 뉴욕의 황량한 풍경에서 8세기의 종교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아토스 반도의 그리스정교 예배당까지, 그는 자신의 수십 년 여행 경험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다양한 여행에서 얻은 저자의 지적ㆍ정서적 통찰은 참으로 깊고 넓다. 개기일식의 신비한 고요 속에서 그는 ‘우주 내의 존재로서의 자신’을 몸으로 느끼며,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 산지와 유럽 각국의 유명 치즈 산지에서는 문화의 풍요라는 것에 대해 성찰한다. ‘국제 청년학생 핵군축회의’와 ‘알더마스틴 마치’ 등에 참가하며 유럽 시민운동의 두께를 실감하고, 제4차 중동전쟁(1973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2001년의 9ㆍ11테러 직후까지 팔레스타인과 중ㆍ근동을 둘러싼 문제에 천착한다. 저자가 ‘뉴욕의 전성기’로 묘사한 1981년 맨해튼의 화려한 전면과 암울한 이면을 읽는 일도, 이를 에이즈가 창궐한 1987년의 뉴욕을 묘사한 글과 비교해 읽는 일도 의미심장하다.
목차
서론| 세계 인식은 여행에서 시작된다
'후카가와 아저씨'와 다치바나 이치베에 14 / 중국에서 귀환하는 여행 17 /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고 싶다 20 / 전환점이 된 1972년도 여행과 1974년도 여행 32 / 어떤 문명도 마침내 멸망하며, 모든 거대도시는 결국 유적이 된다 35 / 이스라엘 정부의 저널리스트 초대 여행에 참가하다 37 / 「팔레스타인 보고」로 이자야 벤다산에 압승하다 41 /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43 / 내 육체를 이동시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57 / 고대세계의 중심지-그리스, 터키, 이란, 이라크를 향하여 64 / 「독점 특종-텔아비브 사건」70 / 왜 미완의 여행이 되는가 75 / 판에 박힌 기행문처럼 쓸모없는 것도 없다 81 / 지키지 못한 약속 86
1부| 무인도의 사색
제1장 무인도에서 보낸 엿새 ― 93
제2장 몽골 '개기일식' 체험 ― 121
2부| '가르강튀아 풍'의 폭음폭식 여행
제3장 '가르강튀아 풍'의 폭음폭식 여행 ― 131
제4장 프랑스의 암반 깊은 곳에서 ― 155
제5장 유럽 치즈 여행 ― 171
3부| 기독교 예술 여행
제6장 신을 위한 음악 ― 193
제7장 신의 왕국 이구아스 기행 ― 209
4부| 유럽으로 반핵 무전여행을 떠나다
제8장 유럽으로 반핵 무전여행을 떠나다 ― 233
5부| 팔레스타인 보고
제9장 팔레스타인 보고 ― 311
제10장「독점 특종-텔아비브 사건」 ― 380
제11장 미국 여론을 바꾼 팔레스타인 보도 ― 404
제12장 자폭 테러 연구 ― 409
6부| 뉴욕 연구
제13장 뉴욕 1981 ― 443
제14장 AIDS의 황야를 가다 ―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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