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씨의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청춘표류 책 소개를 올립니다.
[행복한 책읽기] 지진아·날라리들이 명인에 오르기까지 ㅣ 김성희기자 (jaejae@joongang.co.kr) ㅣ 2005-03-12 ㅣ [중앙일보]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소설가 우보 민태원의 유명한 수필 '청춘예찬'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렇다. 30대 이상이라면 '청춘'이란 낱말 자체에 가슴이 설렐 것이다. 적어도 아릿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20대 젊은이들도 그럴까. 입시 경쟁 낙오자, '이태백'에게 청춘이란 눈치보기와 눈물로 얼룩진 호된 시련기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 '지(知)의 거인', 독서광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이 책의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망설임과 방황은 청춘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부끄럼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은 청춘이라 이름할 수 없다"고. 그러면서 청춘은 나이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모색하는 시간이라고 격려한다.
이 책은 일종의 인터뷰 모음이다. 저자는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일본 젊은이 11명을 만나 그들이 무슨 생각에, 어떤 길을 헤맨 끝에 현재 위치에 올랐는지 전해준다. 그렇다고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이들의 성공담은 아니다. 소믈리에(포도주 감정가), 레코딩 엔지니어 등 그럴 듯한 전문가도 있지만 수할치(매사냥꾼), 원숭이조련사, 정육점의 고기 써는 기술자도 등장한다.
이들은 거의 모두 열등생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지진아.문제아 출신도 여럿 나온다.
오오이 정육점 도쿄 책임자 모리야스 쓰네요시는 '고기의 신'이라고 불린다. 죽은 소를 해체해 뼈를 발라내고 부위별로 나누는 솜씨가 보통 기술자보다 3~8배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중학교를 마쳤을 때 글도 못 읽고 구구단은 5단까지 겨우 외울 정도였다. 지진아도 못되는 그는 당연히 진학을 못하고 정육점에 들어가 2년간 하루 열시간 이상 냉동육과 씨름하며 기술을 익힌다. 손님을 상대하느라 구구단과 문자를 익힌 것도 이때다. 떠돌이 기술자가 되어 도박과 싸움으로 날을 지샌다.
어느날 자기를 알아주는 상사를 만나 '한평생 정육점에서 일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로 확 바뀐다. 다섯 사람 몫의 일을 하기도 하고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쇠고기 생산 유통 요리까지 철저하게 공부한다. 그는 인터뷰 당시 연 10억엔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들의 책임자이자 '쇠고기'란 전공서적을 낸 전문가였다.
지진아.양아치였던 과거의 그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머지 10명의 명인도 모두 모리야스처럼 곡절이 많은 이들이다. 오크 빌리지의 칠기장인 이나모토 유타카는 주문 후 그의 작품을 받으려면 석 달을 기다려야 하는 명인이다. 그런 그도 스스로 열등생이었다고 되뇐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도시를 떠나 깊은 산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미국의 랜돌 나이프박물관도 소장할 정도로 맞춤 나이프의 명품을 만드는 후루카와 시로는 학창 시절 여자와 운동, 노름에 빠졌던 날라리였다. 아버지의 악기점을 물려 받기를 거부하는 등 항상 험난한 길을 선택했던 그는 "쉬운 건 항상 타협을 불러 오거든요. 타협이 싫어요"하고 털어놓는다. '타협하지 않는 인생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즐거움은 많은 것 같다'는 게 그를 만난 저자의 소감이다.
일본의 손꼽히는 동물전문 사진가 미야자키 마나부는 학생 때 '쓸모 없는 아이' 취급을 받았고, 우울증과 병마에 시달려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단다. '이대로 못나게 죽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기도 숱하게 울었다고 한다.
일본 최고의 자전거 프레임 빌더, 소믈리에, 프랑스 요리사 등 유학파도 등장하는데 기구하기는 마찬가지다. 도피성 혹은 호화판 유학과는 영 딴 판이다.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만으로 현지어는 한 마디도 모른 채 이탈리아나 프랑스로 떠난다. 박봉과 허드렛 일에 시달리고 불법 체류자로 쫓기기도 하면서 코피를 쏟아가며 기술을 익혀, 명인 반열에 오른다. 이들을 버텨준 것은 '남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였다.
이 책이 일본에서 나온 것은 1988년. 10년도 더 전의 딴 나라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새롭다. 다치바나는 후기에서 자신이 일년 간에 걸쳐 만난 이들은 '좌절과 방황을 딛고 자신의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을 찾은 뒤 의지와 열정을 다해 자신의 길을 거침없이 나아갔다'고 썼다. 그러면서 청춘은 언젠가는 찾아올 출범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로,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라고 충고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청춘표류 책 소개를 올립니다.
[행복한 책읽기] 지진아·날라리들이 명인에 오르기까지 ㅣ 김성희기자 (jaejae@joongang.co.kr) ㅣ 2005-03-12 ㅣ [중앙일보]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소설가 우보 민태원의 유명한 수필 '청춘예찬'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렇다. 30대 이상이라면 '청춘'이란 낱말 자체에 가슴이 설렐 것이다. 적어도 아릿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20대 젊은이들도 그럴까. 입시 경쟁 낙오자, '이태백'에게 청춘이란 눈치보기와 눈물로 얼룩진 호된 시련기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 '지(知)의 거인', 독서광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이 책의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망설임과 방황은 청춘의 특징이자 특권이다. 부끄럼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은 청춘이라 이름할 수 없다"고. 그러면서 청춘은 나이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모색하는 시간이라고 격려한다.
이 책은 일종의 인터뷰 모음이다. 저자는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일본 젊은이 11명을 만나 그들이 무슨 생각에, 어떤 길을 헤맨 끝에 현재 위치에 올랐는지 전해준다. 그렇다고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이들의 성공담은 아니다. 소믈리에(포도주 감정가), 레코딩 엔지니어 등 그럴 듯한 전문가도 있지만 수할치(매사냥꾼), 원숭이조련사, 정육점의 고기 써는 기술자도 등장한다.
이들은 거의 모두 열등생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지진아.문제아 출신도 여럿 나온다.
오오이 정육점 도쿄 책임자 모리야스 쓰네요시는 '고기의 신'이라고 불린다. 죽은 소를 해체해 뼈를 발라내고 부위별로 나누는 솜씨가 보통 기술자보다 3~8배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중학교를 마쳤을 때 글도 못 읽고 구구단은 5단까지 겨우 외울 정도였다. 지진아도 못되는 그는 당연히 진학을 못하고 정육점에 들어가 2년간 하루 열시간 이상 냉동육과 씨름하며 기술을 익힌다. 손님을 상대하느라 구구단과 문자를 익힌 것도 이때다. 떠돌이 기술자가 되어 도박과 싸움으로 날을 지샌다.
어느날 자기를 알아주는 상사를 만나 '한평생 정육점에서 일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로 확 바뀐다. 다섯 사람 몫의 일을 하기도 하고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쇠고기 생산 유통 요리까지 철저하게 공부한다. 그는 인터뷰 당시 연 10억엔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들의 책임자이자 '쇠고기'란 전공서적을 낸 전문가였다.
지진아.양아치였던 과거의 그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머지 10명의 명인도 모두 모리야스처럼 곡절이 많은 이들이다. 오크 빌리지의 칠기장인 이나모토 유타카는 주문 후 그의 작품을 받으려면 석 달을 기다려야 하는 명인이다. 그런 그도 스스로 열등생이었다고 되뇐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도시를 떠나 깊은 산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미국의 랜돌 나이프박물관도 소장할 정도로 맞춤 나이프의 명품을 만드는 후루카와 시로는 학창 시절 여자와 운동, 노름에 빠졌던 날라리였다. 아버지의 악기점을 물려 받기를 거부하는 등 항상 험난한 길을 선택했던 그는 "쉬운 건 항상 타협을 불러 오거든요. 타협이 싫어요"하고 털어놓는다. '타협하지 않는 인생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즐거움은 많은 것 같다'는 게 그를 만난 저자의 소감이다.
일본의 손꼽히는 동물전문 사진가 미야자키 마나부는 학생 때 '쓸모 없는 아이' 취급을 받았고, 우울증과 병마에 시달려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단다. '이대로 못나게 죽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기도 숱하게 울었다고 한다.
일본 최고의 자전거 프레임 빌더, 소믈리에, 프랑스 요리사 등 유학파도 등장하는데 기구하기는 마찬가지다. 도피성 혹은 호화판 유학과는 영 딴 판이다.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만으로 현지어는 한 마디도 모른 채 이탈리아나 프랑스로 떠난다. 박봉과 허드렛 일에 시달리고 불법 체류자로 쫓기기도 하면서 코피를 쏟아가며 기술을 익혀, 명인 반열에 오른다. 이들을 버텨준 것은 '남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였다.
이 책이 일본에서 나온 것은 1988년. 10년도 더 전의 딴 나라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새롭다. 다치바나는 후기에서 자신이 일년 간에 걸쳐 만난 이들은 '좌절과 방황을 딛고 자신의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을 찾은 뒤 의지와 열정을 다해 자신의 길을 거침없이 나아갔다'고 썼다. 그러면서 청춘은 언젠가는 찾아올 출범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로,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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