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3일발행한 한겨레21 기사에서 퍼왔습니다.



겨울엔 컴퓨터를 떠나라





장시간 이용자 ‘심부정맥 혈전증’ 조심… 물 섭취·운동 자주해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겨울철엔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회사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잠깐의 외출도 추위로 인해 부담스럽기에 밤낮으로 모니터 앞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이나 채팅, 홈페이지 관리 등에 빠져 있다 보면 기나긴 밤을 지새우기도 할 것이다. 이럴 때 만성 피로감을 느끼고 불규칙한 식사로 인해 영양실조나 과식으로 비만 등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절대 운동량이 모자라기 쉬운 겨울철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다리 피 굳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최근 컴퓨터 사용자를 위협하는 질환은 놀랍게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다. 이전에 ‘심부정맥 혈전증’이라 불리며 병상의 환자들이 주로 걸리던 질환으로,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해 질환명이 바뀌었다.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 10시간 안팎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으면 다양한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일단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리 정맥에서 혈전(피떡)이 생긴다. 이것이 혈관을 타고 이동해 폐 동맥의 색전(塞栓)이란 부위를 막으면서 호흡곤란을 유발하게 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다리에 있는 정맥은 크게 심부정맥과 표재성정맥으로 나뉜다. 심부정맥은 다리의 깊숙한 곳에 있는 큰 정맥이다. 동맥을 통해 다리에 공급된 피의 90%가량이 심부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올라가게 된다. 모니터에 집중한 상태에서 다리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정맥 내의 피가 굳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번 혈전이 생기고 10여일이 지나면 제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내과적 치료로 항응고제를 사용해 혈전 진행을 막아야 한다.


만일 컴퓨터 사용자들이 다리가 붓는다고 느낀다면 혈전이 생기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컴퓨터 사용자들의 자세는 비좁은 비행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에 몰입한 상태에서 한두 시간 동안 같은 자세를 취하기 일쑤다. 아주대학교 영상의학과 조재현 교수는 “컴퓨터 장시간 사용자들이 새로운 심부 혈전 위험진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자리를 뜰 수 없다면 물이라도 자주 마시고 발바닥을 자극하는 기구를 두는 게 좋다.



1시간 이상 계속 앉아 있으면 위험




실제로 컴퓨터 게임에 빠진 사람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사망한 사건이 학계에 보고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이호 박사는 지난 6월, 2년 전 PC방에서 인터넷 게임 ‘뮤’를 즐기던 20대 중반 남성의 사망 원인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시간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색전이 막혔던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는 컴퓨터 사용자들이 정기적으로 일어나 움직이도록 권고하는 문구를 컴퓨터에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는 ‘음반·비디오물·게임물법 개정안’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 겨울철에 운동하기는 쉽지 않다. 차가운 온도에 적응하려면 체력 소모가 많고 근육이나 관절의 위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운동량이 모자란 상태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날밤을 새다가는 자칫 죽음을 부를 수도 있다. 부득이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한다 해도 1시간 이상 지속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것이 힘들다면 원적외선 방출로 혈전 현상을 예방하는 ‘헬스키퍼’ 같은 운동기구나 ‘헤파린’이라는 물질을 이용한 경구용 항응고제를 사용해볼 만하다.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 연구진은 젖과 오줌으로 혈전증 치료물질(tPA·tissue Plasminogen Activator)을 배출하는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기도 했다.



겨울철 실내 관리 5계명


1) 실내 온도는 20도 안팎으로 하라: 실내 온도가 높으면 진드기가 급속도로 증가해 건강을 갉아먹는다. 실내 습도는 50%가 넘지 않도록 빨래를 실내에서 건조하는 게 좋다.


2) 하루에 30분 이상 창문을 열어라: 공기청정기로 실내 공기를 정화해도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지 않으면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창문 여는 시간이 길수록 좋다.



3) 실내 공기 정화용 화초를 키워라: 벤자민 고무나무나 디펜바키아 등은 오염된 공기를 흡수해 정화하며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4) 이부자리 빨래를 격주마다 하라: 이불이나 침대·베개 커버는 진드기의 주요 서식지다. 50도 이상의 뜨거운 물이나 세탁기의 삶는 기능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5) 집먼지의 온상을 과감히 없애라: 드라이 플라워·인형·장난감 등을 치우고 커튼도 없는 게 좋다. 커튼이 필요한 경우에는 두꺼운 천보다는 얇은 면 계통의 천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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