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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놀러지가 잉태한 인간의 미래
[서평] <21세기 知의 도전>(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동네약국마다 보통사람에 비해 기억력과 사고력을 2배로 증가시키는 약을 판매하고 있다. 암이 정복된 지 이미 오래고 사람들은 자신의 유전자 특성에 맞춰진 맞춤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 심장이나 폐, 신장과 간 등의 장기는 각 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의해 간단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쉽게 이식이 가능하며 인간은 질병으로부터 거의 해방되었다.
첨단 바이오테크놀러지 기술은 의학부분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석유는 더 이상 고갈되기만 하는 화석 연료가 아닌 특정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반영구적인 자원이며, 완벽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식량문제도 해결된다.....』
위의 글은 50-100년 정도 지난 후의 미래에 관해 잠시 상상해 본 내용이다. 물론 다치바다 다카시가 저술한 <21세기 知의 도전>이라는 책을 읽고 쓴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도쿄생들은 바보가 되었는가>에 이어 이 책은 네 번째로 만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작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저자의 지식 앞에서 쉽게 주눅이 들곤 한다.
이미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그의 방대한 독서량과 다양한 부분에서의 탁월한 지적능력이 확인된 바 있고, <우주로부터의 귀환>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관한 다치바나의 열정적인 탐구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그의 저작들에서 느껴지는 그의 이미지는 다분히 과학자적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상 그는 불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문과계열의 지식인이다. 그러나 지식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각 분야에 대한 독학과 엄청난 독서량은 그를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첨단 과학기술의 첨병으로 만들었다.
이번 저작도 이러한 그의 능력이 결집된 책으로서 21세기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가능성 등을 잘 정리해 놓았다.
이 책은 작가가 한 TV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가한 후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취재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21세기 知에 관한 체제를 바이오 테크놀러지를 중심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21세기는 컴퓨터 정보과학과 바이오 기술의 시대이다. 특히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완전히 해독되었다는 얼마 전 뉴스에서 우리는 다음 시대에 있어서 바이오 기술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유전자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 있는 지식 능력의 하락과 이공계 학문에 대한 경원이 그 원인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도 많은 질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공대에서 공부를 하였음에도 어려운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치바나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정말 재미있다. 특히 유전자에 관한 최신 학문들을 소개해주는 부분에서는 거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 정도였다.
뇌의 수용체와 지식의 전달 유전자를 조작하여 만들어진 천재쥐의 이야기나 에이즈 바이러스를 이용한 벡터(유전자의 운반체)에 관한 연구, P53 단백질을 통한 암의 치료와 그 향후 연구과정 등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유전자 치료에 대한 인식의 벽을 깨주는 내용이다. 그리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유전자 공학이나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에 대하여 많은 걸 알려주기도 한다.
특히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유전자가 이렇게 다양하게 이용되고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또한 키메라니, 염기구조니, 아데닌이니 하는 전문적인 단어가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조금씩 언급되었던 것이라는 사실에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되기도 한다.
유전자를 이용한 장기복제나 혹은 머리가 좋아지는 약 또는 인간복제에 관한 내용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항상 동반한다. 인간의 윤리상 '유전자를 변형하여 장기를 복제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하는 윤리적인 물음은 어찌보면 바이오테크놀러지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존중과 윤리성에 관한 다양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생명공학 자체는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선 잠시 언급하고 지나갔지만 생명공학과 윤리성의 문제는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 연구되어지고 실제로 적용되는 바이오테크놀러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각 개인들도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20세기는 시간의 측면에서만 따져본다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인류가 이루어낸 과학기술의 발달 측면에서 20세기는 정말 정신없는 고도의 발전기간이었다. 과학기술의 표면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윤리적인 문제나 종교적인 문제에서 엄청난 변화를 짧은 시간동안 겪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바이오 테크놀러지의 충격에 대비하여 우리는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인 대비를 위해서라도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지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어떤 첨단기술이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도 필요하다. 그래서 당당히 이 책을 권하고자한다.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의 베스트리뷰로 뽑힌 전제훈(jjolpcc) 님의 글입니다.
2004/01/30 오후 6:32
ⓒ 2004 OhmyNews
바이오테크놀러지가 잉태한 인간의 미래
[서평] <21세기 知의 도전>(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동네약국마다 보통사람에 비해 기억력과 사고력을 2배로 증가시키는 약을 판매하고 있다. 암이 정복된 지 이미 오래고 사람들은 자신의 유전자 특성에 맞춰진 맞춤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 심장이나 폐, 신장과 간 등의 장기는 각 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의해 간단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쉽게 이식이 가능하며 인간은 질병으로부터 거의 해방되었다.
첨단 바이오테크놀러지 기술은 의학부분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석유는 더 이상 고갈되기만 하는 화석 연료가 아닌 특정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반영구적인 자원이며, 완벽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식량문제도 해결된다.....』
위의 글은 50-100년 정도 지난 후의 미래에 관해 잠시 상상해 본 내용이다. 물론 다치바다 다카시가 저술한 <21세기 知의 도전>이라는 책을 읽고 쓴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도쿄생들은 바보가 되었는가>에 이어 이 책은 네 번째로 만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작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저자의 지식 앞에서 쉽게 주눅이 들곤 한다.
이미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그의 방대한 독서량과 다양한 부분에서의 탁월한 지적능력이 확인된 바 있고, <우주로부터의 귀환>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관한 다치바나의 열정적인 탐구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그의 저작들에서 느껴지는 그의 이미지는 다분히 과학자적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상 그는 불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문과계열의 지식인이다. 그러나 지식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각 분야에 대한 독학과 엄청난 독서량은 그를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첨단 과학기술의 첨병으로 만들었다.
이번 저작도 이러한 그의 능력이 결집된 책으로서 21세기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가능성 등을 잘 정리해 놓았다.
이 책은 작가가 한 TV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가한 후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취재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21세기 知에 관한 체제를 바이오 테크놀러지를 중심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21세기는 컴퓨터 정보과학과 바이오 기술의 시대이다. 특히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완전히 해독되었다는 얼마 전 뉴스에서 우리는 다음 시대에 있어서 바이오 기술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유전자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 있는 지식 능력의 하락과 이공계 학문에 대한 경원이 그 원인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도 많은 질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공대에서 공부를 하였음에도 어려운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치바나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정말 재미있다. 특히 유전자에 관한 최신 학문들을 소개해주는 부분에서는 거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 정도였다.
뇌의 수용체와 지식의 전달 유전자를 조작하여 만들어진 천재쥐의 이야기나 에이즈 바이러스를 이용한 벡터(유전자의 운반체)에 관한 연구, P53 단백질을 통한 암의 치료와 그 향후 연구과정 등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유전자 치료에 대한 인식의 벽을 깨주는 내용이다. 그리고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유전자 공학이나 유전자를 이용한 연구에 대하여 많은 걸 알려주기도 한다.
특히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유전자가 이렇게 다양하게 이용되고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또한 키메라니, 염기구조니, 아데닌이니 하는 전문적인 단어가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조금씩 언급되었던 것이라는 사실에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되기도 한다.
유전자를 이용한 장기복제나 혹은 머리가 좋아지는 약 또는 인간복제에 관한 내용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항상 동반한다. 인간의 윤리상 '유전자를 변형하여 장기를 복제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하는 윤리적인 물음은 어찌보면 바이오테크놀러지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명존중과 윤리성에 관한 다양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생명공학 자체는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선 잠시 언급하고 지나갔지만 생명공학과 윤리성의 문제는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 연구되어지고 실제로 적용되는 바이오테크놀러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각 개인들도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20세기는 시간의 측면에서만 따져본다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인류가 이루어낸 과학기술의 발달 측면에서 20세기는 정말 정신없는 고도의 발전기간이었다. 과학기술의 표면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윤리적인 문제나 종교적인 문제에서 엄청난 변화를 짧은 시간동안 겪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바이오 테크놀러지의 충격에 대비하여 우리는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인 대비를 위해서라도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생명과학기술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지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어떤 첨단기술이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도 필요하다. 그래서 당당히 이 책을 권하고자한다.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의 베스트리뷰로 뽑힌 전제훈(jjolpcc) 님의 글입니다.
2004/01/30 오후 6:3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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