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씨가 쓴 블로그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원문
블로그를 통한 행복의 발견



김중태(컬럼니스트)
과거에는 전문가나 작가가 언론이나 책을 통해서 발표한 글만 대중에게 전달되었다. PC통신은 이런 작가시대를 마감시켰다. PC통신을 통해 일반인도 글을 쓰고 발표하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볼 수 있는 도구와 공간이 생겼다. 글쓰기와 정보의 생산 배포 주체로 일반인이 한 축을 담당하는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PC통신은 만남의 기회와 재능 발견의 기회도 주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PC통신을 통해 시, 무협지, 연극, 음악, 게임제작, 하드웨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제주도에 있는 중년의 아저씨와 서울에 있는 젊은 청년이 함께 만나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PC통신 동아리 회원들끼리 모여 음악을 연주했다. 꿈만 꾸던 연극을 직접 만들고 무대에 서서 연기한 사람도 있다. 함께 술을 마시던 그 후배는 평생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그날 밤 자신의 연극 무대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PC통신이 있었기에 연극인이 아닌 그가 직접 무대에서 연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PC통신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온라인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PC통신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취미를 발견한 사람들이 유명한 사이트를 만들기도 한다. 나도 PC통신으로 전자시집을 내고, 한글운동을 했다. 나도 PC통신을 통해 내가 쓴 글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고,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책의 필자와 신문의 컬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PC통신은 내 꿈을 이루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으며 내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공간이 되었다.

PC통신은 제한된 서비스 안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끼리만 공유할 수 있었다. 인터넷과 웹은 전세계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HTML 문서로 만든 1세대 개인 홈페이지는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배포하도록 해주었지만 관리가 어려웠다. 제로보드와 같은 게시판으로 운영되는 2세대 개인 홈페이지는 훨씬 쉽게 개인이 글을 쓰고 사이트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자신이 쓴 글을 남에게 알릴 수단이 없었다. 오늘 내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늘 내가 글을 썼는지조차 알 수 없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내 홈페이지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릴 방법이 없어 답답했다. 방문자도 답답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홈페이지에 최근 며칠 동안 어떤 글이 올라왔는지 알려면 수 백 개나 되는 개인 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해 직접 확인해야 했다.

블로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 도구로는 3세대인 블로그는 글쓰기를 더욱 쉽게 해주는 동시에 개인이 생산한 정보를 다른 네티즌에게 배포할 수 있는 강력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웹의 기본정신인 링크 기능에 충실하게 개발된 블로그는 초기의 링크 목록 형태에 트랙백과 RSS라는 강력한 링크 기능을 결합시켰다. 이를 통해 이제는 내가 글을 쓰는 순간 메타블로그를 통해 다른 네티즌에게 '김중태문화원'이라는 블로그 사이트가 있으며, 오늘 김중태라는 사람이 쓴 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RSS를 구독하는 사람은 손쉽게 수 백 개 블로그 사이트에 올라온 새 글 목록을 확인할 수 있어, 수 많은 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PC통신 시절부터 이미 네티즌은 1인 미디어의 생산자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만 블로그를 통해 배포권이 강화되면서 그 힘은 더욱 강력해졌다. 그래서 블로그는 힘이 있다.

PC통신 시절부터 글을 쓰던 내게 블로그는 새로운 개념의 도구가 아니다. PC통신 시절의 게시판처럼 블로그는 글쓰기 도구이자 정보를 공유하는 도구의 하나다. 하지만 남이 관리하는 게시판이 아닌 내가 관리하는 블로그 사이트에 글을 쓰고, 내가 글을 쓰는 순간 수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2세대 홈페이지인 게시판 시대에만 하더라도 남의 글을 보고 댓글을 달 때에는 그 사람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야 하므로 관리가 안 되는 불편이 있었지만, 트랙백이라는 기능 덕분에 이제는 남의 글에 대한 댓글마저도 내 블로그 사이트에 남기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는 이전 도구에 비해 더욱 편리하고 유용하며 강력하다. 이런 방향으로 블로그가 발전한 이유는 블로그가 링크(link)라는 웹 정신에 충실하게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다른 사람과 연결(링크)되고 공유하는 방향으로 기능이 개선되면서 더욱 편리하고 더욱 강력한 도구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알게 된 이후부터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며, 블로그를 통해서 내 글을 배포하며, 블로그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답글을 쓴다. PC통신 시절처럼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과 사귀고, 블로그를 통해 만난 사람과 한 잔 술을 나누며 세상 이야기를 한다. 어떤 사람은 블로그를 통해 만난 사람끼리 모여 다시 음악을 연주하고 시를 낭송하고 연극을 할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이성과 결혼해 평생을 함께 할 것이다. 관리 기능과 링크 기능이 강화된 블로그는 좀더 편리한 글쓰기 외에도 좀더 많은 정보 습득의 기회와 만남의 기회, 자신이 지닌 재능을 구현할 기회를 준다.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이 평생 꿈을 이룰 기회를 잡을 수도 있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점은 블로그에 글을 쓰고 관리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블로그를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용도로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 블로그 운영에 대한 자유나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 중요한 것은 블로그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것이며 블로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거나 저장하는 용도로만 쓸 것이며, 어떤 사람은 아들 딸의 일기로, 어떤 사람은 연인과 속삭이는 공간으로, 어떤 사람은 영화나 회사 홍보용으로, 어떤 사람은 사기를 치기 위한 유령 사이트로 활용할 것이다. 어떤 도구를 쓴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이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글쟁이가 될 수도 있고,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동차로 여행 다니고 칼로 요리를 하고 블로그로 글을 주고받으며 행복을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동차와 칼, 블로그로 범죄를 저지르며 불안을 느낀다. 이런 이유로 블로그를 쓴다는 사실이나 설치형 블로그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내세울 것은 없다. 그러한 도구들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이상과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PC통신을 통해 시인의 꿈을 이룬 사람, 연극 무대에 선 사람, 게임을 제작한 사람들을 봤다. 그래서 PC통신은 많은 사람들의 꿈을 이루는 기회를 제공하고 행복을 줄 수 있는 도구라고 말하고 다녔다. 블로그에 대해서도 똑 같은 말을 한다. 블로그는 이전의 도구보다 더 많은 '꿈의 실현 기회와 만남의 기회'를 줄 것이고, 행복한 생활을 도와줄 것이다.

내가 블로그에 대해 좀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글로 쓰고 이를 공유하려는 이유는 블로그가 우리의 삶과 행복을 도와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신호등, 표지판 보는 법을 좀더 잘 알수록 안전하고 행복한 운전을 할 수 있고, 칼의 활용법을 잘 알수록 더욱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 블로그나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기능을 좀더 잘 알수록 좋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훌륭한 운전사, 요리사가 되려면 잘 아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많이 운전해보고 칼질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므로 블로그를 잘 아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로 블로그를 이용해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면서 블로그를 잘 활용하는 일이다. 자동차를 잘 알지만 운전을 못하는 사람보다는 실제로 운전을 하면서 원하는 곳을 여행하는 사람이 더 행복한 법이다. 블로그 또한 머리로 잘 아는 사람보다 꾸준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온갖 어려운 일을 겪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비방 글도 만날 것이고, 욕설이며 광고 등도 만날 것이다. 때로는 관리하기 지겹고 때로는 글쓰기 귀찮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블로그 뿐인가. 우리 인생이 다 그렇다. 자동차를 몰다 보면 난폭 운전자에게 생명 위협을 받기도 하고, 장애물이나 안 좋은 도로 때문에 위험한 경우도 자주 겪는다. 운전이 귀찮거나 힘들 때도 있고, 세차며 청소니 하는 차 관리가 귀찮을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매일, 어떤 사람은 가끔 운전한다. 그렇지만 차가 있고 차를 운전함으로써 얻는 행복이 더 크기에 필요할 때는 차를 운전한다. 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 또한 자동차나 컴퓨터처럼 내 삶을 도와주고 행복을 주는 도구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운영한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이용해 싸우지 말고, '블로그를 통해 서로 행복해지자'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블로그가 많은 사람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도구로 활용되기를 정말 바라는 사람이다. 또한 나는 이미 그렇게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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