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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생긴 돌연변이 진화 이끌다

[한겨레 2005-01-02 18:12]



[한겨레]

40년 동안 장수한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베스트셀러 만화가 원작인 <엑스맨>. <엑스맨2>에서는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다양한 돌연변이 캐릭터의 놀라운 능력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만화가 원작인 영화답게 엑스맨들의 능력은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판타지를 보는 듯하다. 무엇이든 얼려 버리는 능력을 가진 바비, 불을 다루는 파이로, 순간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이트 크롤러 등 엑스맨의 능력은 놀랍기 그지없다. 이러한 엑스맨의 능력은 그들이 돌연변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즉, 그들이 인간과는 다른 돌연변이 종이기 때문에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돌연변이는 부모에게 없던 형질이 갑자기 나타나 유전되는 현상으로 네덜란드의 유전학자 드 브리스에 의해 알려졌다. 돌연변이는 <엑스맨>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 디엔에이(DNA)의 복제나 재조합 과정 중에 효소의 실수에 의해 발생한다. 또한 돌연변이원인 방사선과 화학물질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DNA가 생각만큼 튼튼한 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DNA는 따스한 햇빛 속에 포함되어 있는 자외선에 의해서도 끊어질 만큼 결합력이 약하며, 심지어는 자신의 체열에 의해서도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약한 DNA가 세대를 거듭해도 큰 변화 없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은 효소에 의한 자체 복구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커니즘 덕분에 유전자는 100만개 당 1개 정도의 돌연변이가 발생할 정도로 정확하게 복제가 된다. 만약 이러한 시스템이 없다면 1000개의 염기마다 한 개꼴로 실수가 발생해 세상은 말 그대로 돌연변이 천지가 될 것이며, 종이라는 것이 형성될 수 없을 것이다. DNA는 정밀한 메커니즘을 통해 거의 완벽한 복제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사소한 실수를 함으로써 오히려 환경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즉 새로운 생물은 실수를 통해 창조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이 개체에 유리할 때는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은 것이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개체의 생존에 불리할 때는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은 것이 유리하게 작용하여 진화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돌연변이가 인간 진화의 원인이 된다는 영화 속의 주장은 옳다고 할 수 있다. 돌연변이가 생겼다고 해서 엑스맨들과 같이 초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높은 산에 더 잘 적응하거나 강렬한 햇빛에 잘 견딜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체에게 유리한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작고, 개체에게 해롭거나 무해한 돌연변이가 대부분이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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