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日 최초 우주비행사 모리 마모루 박사
[한국일보 2004-12-31 16:25]
지난 해 ‘세계우주비행사회의’가 열렸던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미래과학관에 들어서면 그날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선율이 조절되는 음악이 흐른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일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일본 최초의 우주비행사이자 미래과학관 관장인 모리 마모루(毛利衛ㆍ56) 박사에게 선물한 음악이다.
우리나라가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배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지금, 일본은 이미 8명의 우주비행사를 배출했다. 1992년 일본 최초의 우주비행사로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모리 박사를 오다이바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는 우주선을 타고 10일간 지구를 160바퀴 돌며 표면굴곡을 3차원 촬영하는데 성공, 항공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자료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가 기자를 안내한 일본 우주항공과학연구소(Institute of Space and Astronautical Science) 연구원에게 사인과 함께 써준 ‘우주는 창조의 공간(宇宙は 創造の 空間) ’이라는 문구는 그 자신은 물론, 일본이 가진 우주공학에 대한 사랑을 잘 보여준다. 미래과학관의 상징으로 시시각각 달 목성 지구 등으로 모양을 바꾸는 ‘지오 스페이스(Geo Spaceㆍ 직경 6.5m의 다이오드구(球) 모양)’도 그의 아이디어다.
현재 로봇 우주 등 첨단과학을 알기 쉽게 전시해놓은 일본의 대표적인 과학관 관장으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자세로 자신이 경험한 우주비행의 신비와, 우주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1992년 일본의 첫 우주비행사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러시아 캐나다 등 16개국이 참여한 우주정거장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지금도 아시아에선 일본만 참여하고 있어 아쉽다. 당시 어린 학생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들이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화학 전공자면서 우주인이 됐는데, 일반인이 우주비행사가 되는데 어려움은 없나.
“우주비행은 ‘우주여행’과 구분해야 한다. 아키야마라는 일본의 저널리스트도 우주에 다녀왔지만, 그것은 ‘우주여행’이었다. 우주여행객과 달리 우주비행사에겐 과학적ㆍ기술적 임무(mission)가 주어지므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분야의 인재가 적합하다. 나는 92년에 과학자 자격으로, 2000년에는 기술자 자격으로 임무를 띠고 우주에 나갔다.”
-92년 우주에서 43개의 실험을 수행한 것으로 아는데, 대표적인 성과는.
“실리콘이 아닌 다른 원소로 반도체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인듐 안티모’라는 물질이 지상에서는 반도체가 아니지만 우주에선 반도체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주실험을 통해 열이 적게 들고 연산속도가 빠르며 가벼운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발전을 위한 실험’이 우주비행사에게 주어지는 임무다.”
-2000년 두 번째 우주비행의 임무는.
“92년보다 한명 적은 총 6명의 우주비행사가 함께 나갔다. NASA(미 항공우주국)의 임무를 맡아 10일간 지구를 160바퀴 돌며 지구표면의 모든 굴곡을 3차원으로 촬영했다. 마치 새의 눈처럼 60m 간격으로 떨어져 넒은 시야를 볼 수 있도록 설치된 두개의 센서 레이더를 이용, 지구 표면을 200㎞ 단위로 나누어 모두 훑어냈다. 이 임무를 통해 얻은 지구 굴곡자료 덕분에 항공기 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상상했던 것과 막상 우주에 나갔을 때 바라본 풍경은 어떻게 다른가.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푸른 별이었다’라고 말했다. 내가 본 바로는 상상했던 푸른색, 그 이상이었다. 아주 새까만 배경에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푸른 색’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지구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었나.
“없었다. 수많은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우주로 올라가기 전에는 좀 떨리지만, 막상 우주선에 탑승해 각종 기기를 하나하나 점검하는데 신경을 쓰다 보면 걱정이 사라진다. 우주비행은 훈련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며, 그만큼 희생이 필요하다.”
-올해에도 우주비행 계획이 있나.
“5월께 후배 우주비행사인 도구치씨가 NASA 임무를 띠고 콜롬비아호의 타일 보수를 위해 우주 유영에 나설 것이다.”
-NASA 우주비행사 자격은 어떻게 주어지나.
“2년마다 한번씩 우주인을 모집하며,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 8명의 일본인 우주비행사 중 나를 포함해 4명이 자격을 획득했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의의는.
“제1호 우주비행사는 그 나라의 자랑이다. 정부의 계획과 주도로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다. 중국도 1호 우주인이 나와 모두들 들뜨지 않았는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빨리 한국인 우주비행사가 나와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은 액정TV 등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분야가 있다. 그런 기술을 우주 실험을 통해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국가간 연대에 힘쓰고 있는데, 아시아의 협력 가능성은.
“내가 ‘한국우주소년단’ 명예단장인 것을 아는가?(웃음) 마음 같아서는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처럼 ‘아시아우주기구(ASA)’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연구자들끼리 친분에 의한 교류는 있으나,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자금을 모아 ‘지구온난화 관측 위성’을 개발한다든가 하는 식의 체계적인 프로젝트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일단 한국이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노벨상을 탈 만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과학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다음은 일반인에게 ‘최첨단 기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많이 알려야 한다. 일본의 우주비행사들은 중ㆍ고교와 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많이 한다. 정부에서 미래과학관을 만들어 과학의 신비와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그 일환이다.”
-다시 우주에 나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나.
“물론이다. 우주에 나가 자율적으로 수행해보고 싶은 실험들이 가득하다.”
글 사진 도쿄=이진희기자 river@hk.co.kr
[한국일보 2004-12-31 16:25]
지난 해 ‘세계우주비행사회의’가 열렸던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미래과학관에 들어서면 그날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선율이 조절되는 음악이 흐른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일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일본 최초의 우주비행사이자 미래과학관 관장인 모리 마모루(毛利衛ㆍ56) 박사에게 선물한 음악이다.
우리나라가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배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지금, 일본은 이미 8명의 우주비행사를 배출했다. 1992년 일본 최초의 우주비행사로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모리 박사를 오다이바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는 우주선을 타고 10일간 지구를 160바퀴 돌며 표면굴곡을 3차원 촬영하는데 성공, 항공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자료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가 기자를 안내한 일본 우주항공과학연구소(Institute of Space and Astronautical Science) 연구원에게 사인과 함께 써준 ‘우주는 창조의 공간(宇宙は 創造の 空間) ’이라는 문구는 그 자신은 물론, 일본이 가진 우주공학에 대한 사랑을 잘 보여준다. 미래과학관의 상징으로 시시각각 달 목성 지구 등으로 모양을 바꾸는 ‘지오 스페이스(Geo Spaceㆍ 직경 6.5m의 다이오드구(球) 모양)’도 그의 아이디어다.
현재 로봇 우주 등 첨단과학을 알기 쉽게 전시해놓은 일본의 대표적인 과학관 관장으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자세로 자신이 경험한 우주비행의 신비와, 우주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1992년 일본의 첫 우주비행사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러시아 캐나다 등 16개국이 참여한 우주정거장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지금도 아시아에선 일본만 참여하고 있어 아쉽다. 당시 어린 학생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들이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화학 전공자면서 우주인이 됐는데, 일반인이 우주비행사가 되는데 어려움은 없나.
“우주비행은 ‘우주여행’과 구분해야 한다. 아키야마라는 일본의 저널리스트도 우주에 다녀왔지만, 그것은 ‘우주여행’이었다. 우주여행객과 달리 우주비행사에겐 과학적ㆍ기술적 임무(mission)가 주어지므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분야의 인재가 적합하다. 나는 92년에 과학자 자격으로, 2000년에는 기술자 자격으로 임무를 띠고 우주에 나갔다.”
-92년 우주에서 43개의 실험을 수행한 것으로 아는데, 대표적인 성과는.
“실리콘이 아닌 다른 원소로 반도체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인듐 안티모’라는 물질이 지상에서는 반도체가 아니지만 우주에선 반도체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주실험을 통해 열이 적게 들고 연산속도가 빠르며 가벼운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발전을 위한 실험’이 우주비행사에게 주어지는 임무다.”
-2000년 두 번째 우주비행의 임무는.
“92년보다 한명 적은 총 6명의 우주비행사가 함께 나갔다. NASA(미 항공우주국)의 임무를 맡아 10일간 지구를 160바퀴 돌며 지구표면의 모든 굴곡을 3차원으로 촬영했다. 마치 새의 눈처럼 60m 간격으로 떨어져 넒은 시야를 볼 수 있도록 설치된 두개의 센서 레이더를 이용, 지구 표면을 200㎞ 단위로 나누어 모두 훑어냈다. 이 임무를 통해 얻은 지구 굴곡자료 덕분에 항공기 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상상했던 것과 막상 우주에 나갔을 때 바라본 풍경은 어떻게 다른가.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푸른 별이었다’라고 말했다. 내가 본 바로는 상상했던 푸른색, 그 이상이었다. 아주 새까만 배경에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푸른 색’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지구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었나.
“없었다. 수많은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우주로 올라가기 전에는 좀 떨리지만, 막상 우주선에 탑승해 각종 기기를 하나하나 점검하는데 신경을 쓰다 보면 걱정이 사라진다. 우주비행은 훈련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며, 그만큼 희생이 필요하다.”
-올해에도 우주비행 계획이 있나.
“5월께 후배 우주비행사인 도구치씨가 NASA 임무를 띠고 콜롬비아호의 타일 보수를 위해 우주 유영에 나설 것이다.”
-NASA 우주비행사 자격은 어떻게 주어지나.
“2년마다 한번씩 우주인을 모집하며,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 8명의 일본인 우주비행사 중 나를 포함해 4명이 자격을 획득했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의의는.
“제1호 우주비행사는 그 나라의 자랑이다. 정부의 계획과 주도로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다. 중국도 1호 우주인이 나와 모두들 들뜨지 않았는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빨리 한국인 우주비행사가 나와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은 액정TV 등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분야가 있다. 그런 기술을 우주 실험을 통해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국가간 연대에 힘쓰고 있는데, 아시아의 협력 가능성은.
“내가 ‘한국우주소년단’ 명예단장인 것을 아는가?(웃음) 마음 같아서는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처럼 ‘아시아우주기구(ASA)’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연구자들끼리 친분에 의한 교류는 있으나,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자금을 모아 ‘지구온난화 관측 위성’을 개발한다든가 하는 식의 체계적인 프로젝트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일단 한국이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노벨상을 탈 만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과학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다음은 일반인에게 ‘최첨단 기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많이 알려야 한다. 일본의 우주비행사들은 중ㆍ고교와 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많이 한다. 정부에서 미래과학관을 만들어 과학의 신비와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그 일환이다.”
-다시 우주에 나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나.
“물론이다. 우주에 나가 자율적으로 수행해보고 싶은 실험들이 가득하다.”
글 사진 도쿄=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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